월간사람과산 2015년 5월호

이질적 문화가 공존하는 낙남정맥 끄트머리

최윤덕 장군의 혼이 서린 일본정벌의 전초기지_창원

창원은 남강과 남해바다를 좌우로 끼고 질주하는 낙남정맥이 만든 고장이다. 낙남정맥은 지리산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달리다가 낙동강 본류를 만나 안착한 땅이다. 지금의 창원은 창원도호부와 진해현 그리고 웅천현이 합쳐진 도시이다. 창원은 역사적으로 해양을 통하여 외부세계와 연결고리를 가진 땅이다. 삼국시대에 가야국의 영역으로 석탈해의 정박지였고 왜와 무역 고려시대에는 려몽연합의 일본원정군이 마산합포에서 출항했던(1274년) 곳이며, 조선시대에는 지금의 진해구 지역인 웅천군 제포에 왜관(倭館)을 설치하여 간접적으로 일본을 다스리던 곳이다.

글 사진 :: 김 규 순 (서울풍수아카데미)



망산도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앞바다에 부산시지정기념물 57호의 망산도(望山島)와 유주암(維舟岩)이 있다. 육지는 창원이고 바다는 부산이란다. 행정구역도 요상하게 그어졌다. 그래서 바다에 있는 망산도와 유주암은 부산관할이다. 그래서 인지 관리가 안되고 있다. 콘크리트 대형관이 볼썽사납게 버려져 있다.
김수로왕이 다스리던 금관가야의 직할영역이었던 망산도는 신하들이 허황후를 기다리던 섬이고, 유주암은 아유타국의 허황옥공주가 육지로 올라오기 위해 돌배를 타고 왔던 배가 뒤집어진 흔적이다. 그러나 초야를 치룬 곳이 어딘지는 알지 못하고 있다. 김수로왕의 후손이 500만에 육박하는데 왕께서 초야를 치룬 임시궁궐이야말로 풍수적으로 의미있는 유적일 것이다. 허황후가 내린 별포(別浦)나루와 붉은 돛과 붉은 깃발을 단 배가 들어왔다는 주포(主浦), 비단 바지를 벗어 산신제를 지낸 능현(綾峴), 붉은 깃발이 처음으로 해안에 들어왔던 기출변(旗出邊)이라는 지명을 쫒아서 이천년전의 흔적을 보존해야 할 것이다.

공존의 땅_창원

낙남정맥은 낙동강 남쪽에 위치한 정맥으로, 백두대간(白頭大幹)이 끝나는 지리산의 삼신봉(1,289m)에서 옥산 천황봉을 거쳐 가화강을 건너 용두산(135m)으로 낮아졌다가 만수산(456m)에서 다시 고도를 올려 여항산(770m), 광려산(720m) 무학산(767m), 천주산(638m), 구룡산(432m), 정병산(566m), 불모산(802m), 굴암산(698m)이 하나의 축으로 창원시 중심부를 병풍을 치듯 남북으로 가르고 있다. 700m 높이의 산이 창원지역의 중앙으로 달리고 있다. 창원은 세 구역으로 나누어진다. 낙동강 남쪽 주남저수지 부근의 북부지역은 범람원으로 충적토에 의한 비옥한 토지를 바탕으로 발전한 농경산업지역과 항구를 중심으로 한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공업단지가 형성되었으며, 진해만을 중심으로 해군군사구역이 설정되어 있다. 한 지붕 세 가족으로 이질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 창원이다. 더불어 풍요의 땅 창원은 유서 깊은 역사의 고장이다.



진해루에서 본 진해바다이다. 진해는 수백년의 일본인 거주지라서 그런지 일본 식  분위기이다. 이것도 선입견인가?

합포는 일본정벌의 전진기지

창원은 역사적으로 아이러니한 고장이다. 고려의 려몽연합군의 일본정벌과 조선의 쓰시마섬 정벌의 출항지로써 일본을 공략하는 전진기지였다. 세종대부터 육백년간 왜가 거주했던 제포가 있어서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일제강점기에는 우리나라를 수탈하기 위한 해군기지가 들어선다.  가야는 연합국체제로 이해해야 한다. 3개의 나라가 하나로 운영되고 있는 영국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겠다. 얼마 전에 스코틀랜드가 독립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진행되기도 했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 가야국은 해양세력이 강해서 낙동강을 따라 영역을 확장했다. 가야에는 여섯 가야가 있었다고 한다. 고령가야(상주), 성산가야(성주), 대가야(고령), 아라가야(함안), 소가야(고성), 금관가야(김해)가 그것이다. 가야국이 왕성했던 이 당시에 신라는 계림이라는 국호를 썼으며 경주일대를 관할하는 지방 국가에 불과한 존재였다.




유주비  아유타국의 허황옥이 배를 대고 육지에 도착했다는 기념비이다. 1908년에 세워졌다. "대가락국태조왕비 보주태후허씨 유주지지" 리고 적혀있다. 동지나해를 지나 남해 다도해의 많고 많은 섬 중에 망산도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임에도 산신령이 이끌어줌이 있엇던지 허황옥은 뭍에 오르자마자 비단 옷을 제물로 예를 다하여 산신제부터 지낸다. 이는 자기가 살아갈 대지와 소통하는 의식이다. 이것이 자연을 대하는 우리 조상들의 정신세계였다.

이천년 전 러브스토리의 무대

창원의 동쪽 끝 부산과의 경계지역은 이천년 전의 러브스토리가 전개되었던 유서깊은 고장이라는 사실을 삼국유사에 가락국기와 금관성의 파사석탑으로 기록이 남아 있다.

김수로왕이 장가를 들지 않고 있자 신하들이 결혼을 재촉한다. 토착세력에게는 혼인을 통해서 집안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로왕은, “내가 이곳에 온 것은 하늘의 명이고 짐의 배필로 왕후가 되는 것도 역시 하늘의 명이니 경들은 신경 쓰지 마라”고 간섭하지 못하게 한다. 어느 날 유천간(留天干)에게 궁궐 남쪽 바다에 있는 망산도(望山島)에서 기다리도록 하였더니 서남쪽 바다에서 붉은색 돛을 달고 붉은색 깃발을 휘날리는 배가 홀연히 나타났다. 유천간이 먼저 섬에서 횃불을 올리자 배에 있던 사람들이 다투어 땅으로 내려왔다. 왕은 이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신하들을 보내어 그들을 맞이하였으나 허황옥 공주는 “처음 보는 사람들을 따라갈 수 없다”고 거절하자 왕이 직접 행차하여 마중을 나간다.

공주는 별포(別浦)나루에 배를 대고 육지로 올라와 높은 곳에서 입고 있던 비단 바지를 벗어 예물로 삼아 산신령에게 바쳐 새로운 나라에 대한 예를 갖춘 뒤에 수로왕이 장막으로 신방을 만들어 놓은 곳으로 이동하여 초야를 치렀다.

김수로왕은 아유타국의 공주가 자기와 결혼하기 위해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기다렸다. 이는 중매나 정략적으로 공주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수로왕이 토착세력과 결혼하지 않은 것은 자기 고향사람과 결혼을 추진한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일까. 허황후도 자기의 배필이 김수로왕이라는 것을 알고 머나먼 뱃길을 목숨을 걸고 찾아왔던 것이다. 그 기록이 삼국유사에 있다.

“저는 아유타국(阿踰陁國)의 공주로 이름은 허황옥(許黃玉)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16세입니다. 금년 5월 부모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아비와 어미가 어젯밤 꿈에 함께 하느님을 뵈었는데,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가락국의 임금 수로를 내가 내려 보내었으니, 그 사람이야 말로 내가 보증하는 사람이다. 새로 나라를 세웠으나 아직 배필이 없으니 경의 공주를 보내 그의 배필이 되게 하라’라고 부탁하시고는 다시 하늘로 올라가셨다. 잠을 깬 뒤에도 하느님의 말씀이 뇌리를 떠나지 아니하니 너는 부모와 작별하고 수로왕을 찾아 떠나거라.’라고 하셨습니다.”

또 하나 허황후가 타고 왔던 배를 돌려보냈다는 사실이다. 살 곳이 없어 정처 없이 떠도는 유랑민이 아니라 허황후를 데려다주는 임무를 띤 뱃사공들은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하였다는 사실이 이러한 추측을 더욱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일가친척 없는 이역만리에서 두 청춘남녀가 일군 노력으로 지금 500만의 후손을 퍼뜨린 역사적인 루트가 제대로 보존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서글픈 마음이 든다. 

불모산 성주사  성주사는 금관가야 김수로왕의 비인 허왕후를 모시고 온 장유화상을 위해 지은 절로 전해지며, 허황후의 일곱 번째 아들이 지금의 불모산에 입산하여 스님이 된 까닭에 허왕후를 불모(佛母)로 여겨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다. 성주사 계단을 올라가면 우측에 두마리의 돼지석상이 있다. 돼지 석상을 만든 이유는 성주사는 제비둥지혈이어서 대웅전 앞의 산이 뱀의 형상이어서 뱀으로부터 제비(성주사)를 지키고자한  비보풍수이다. 돼지는 뱀을 잡아먹는 천적이다. 돼지석상에 부처님의 불력을 불어넣어 흉악한 기운을 물리치고자 한 중생들의 풍수활용능력에 찬사를 보낸다.

김해김씨 판서공파 중시조 김불비와 손자묘역,     창원시 의창구 동읍 금산리에 세종대에 이조판서를 역임한 김불비의 유허지와 묘역이 있다. 그는 고려말 조선초의 인물로 그의 후손은 약10만으로 주로 경상도에 살고 있다.

창원 소답동 김종영 생가   김종영(1915-1982)은 김해김씨로 현대 조각의 개척자이다. 창원향교 부근이다. 창원에서 흔하지 않은 전통기와집이다. 보존이 늦어서 아래채와 위채 사이에 다세대주택이 들어서 있다.



시인, 승려, 한학자인 김달진(1907-1989) 생가.  조카인 김영준(1928-2013,13대 감사원장) 씨도 이곳에서 태어나서 인물이 배출되는 명당으로 소문나 있다. 김해김씨이다. 이렇다할 인물이 없는 김해김씨 같지만 요소요소에 뛰어나고 특출한 인물이 꽤나 많다.

최윤덕 장군_비운의 무장가문

창원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 세종대왕이 믿고 의지했던 최윤덕 장군(1376-1455)이다. 그는 북쪽으로는 4군을 개척하여 영토를 확장하였으며, 남쪽으로는 쓰시마를 정벌하여 복속시킨 우리의 영웅이다. 최윤덕 장군은 통천 최씨이다. 통천은 지금 북한 지역이며 고성 위에 위치한 동해안 고장이다. 최운해 장군은 위화도 회군으로 원종공신이 되었고 왜구와 많은 싸움을 치러 백성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여 명장으로 인정받아 도절제사가 되었다. 최운해 장군은 창원이씨와 결혼하여 최윤덕 장군을 낳았는데, 창원을 본거지로 한 창원이씨와 결혼한 것을 보면 창원에 기거한 지가 짧지 않은 세월임을 짐작할 수 있다.



최윤덕 장군묘(앞)과 부인 팔거도씨(뒤). 묘의 뒤가 낮아서 후손이 요절할 형상이라고 본다.

최윤덕 장군 묘의 안산_배부른 형국이다.



이 가문은 정통 무인가문으로 국왕을 위해 충성을 다하다가 시련을 거치면서 무인의 기상을 잃어버린 뼈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시조 최경현의 손자 최탁 장군이 고려 인종을 위해 이자겸을 제거하려다 역습으로 참화를 당하지만 멸문지화의 위기를 극복하고, 중시조(7대) 최록 장군에 이르러 여러 차례 침략한 홍건적을 막아낸 공로로 조정의 신뢰를 얻어 강원도의 명문거족으로 성장한다. 최록의 아들 최운해 장군과 손자 최윤덕 장군으로 이어지는 무장(武將)의 공로는 조선 최고의 무인혈통을 자랑한다.

세종대왕에게서 한없는 신뢰와 총애를 받아서 좌의정에 오른 무인이 최윤덕 장상이었다. 그래서 전장으로 나가면 장군이고 조정에 들어오면 정승이라고 하여 최윤덕 장상이라 일컫는다. 그가 죽자 “세종은 3일간 조회를 폐하고 미두(米豆) 70석과 종이 1백 권을 부의(賻儀)하고, 관(官)에서 장사(葬事)를 지내주고, 시호(諡號)를 정렬(貞烈)이라 하였다”고 조선왕조실록 세종 27년 12월5일자로 기록하고 있다. 

최윤덕 장군에게 윤복, 윤옥 형제가 있었고, 무과로 등과한 장자 숙손과 차남 경손, 3남 광손, 막내 영손이 있었다. 1453년 계유정난으로 최윤복의 손자 최로와 여동생 내은덕이 처형된다. 장군이 죽은 지 10년이 지난 1455년 최영손은 금성대군 사건으로 처형되고, 1456년(세조2년)에 단종 복위를 위한 사육신사건으로 숙손은 처형되고 장자 맹한, 그리고 광손의 아들 계한은 유리안치 되었다가 1476년(성종 7년)에 이르러 사면 복권 되자마자 죽었다. 뿐만 아니라, 맹한의 아들 윤(倫)은 연산군 조에 갑자사화에 연루되어 장수로 유배되었다가 사약을 받고 죽는 흉화가 끊어지지 않았다. 유배갈 때 식솔들이 따라가서 통천최씨가 장수에 기거하게 된 연유가 되었다.

최윤덕장상 동상    창원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남명조식선생의 정부인최씨묘표 기록에 의하면 통천을 본거지로 한 최씨가계가 창원으로 이주한 것은 자세하게 알 수 없으나 7대 최록 장군이다. 시조로부터 3대 최탁 장군이 고려 인종을 위해 이자겸을 제거하려다 역습으로 참화를 당하여 멸문지화(?)에 이르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중시조인 최록 장군에 이르러 여러 차례 침략한 홍건적을 막아내어 조정의 신뢰를 얻어 강원도의 명문거족으로 성장한다. 최록 장군이 최윤덕 장상의 조부이다.창원 시내에 우뚝 서 있는 최윤덕 장상 동상. 창원시의 상징이다.




이렇게 거듭된 불행의 씨앗은 오로지 세종대왕의 유지를 받든 무인가문의 선택이다. 이로써 순천김씨 김종서 가문과 최윤덕 장군 가문은 세종대왕의 충신은 그의 아들 세조에게는 역적이 되는 이상한 상황에 몰려 조선 최고의 무인혈통이 박살이 난다.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는 이런 신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내가 왕이 되지 않는 마당에 어떤 놈이 왕이 되던 그것이 목숨 바칠 일인가.

복권이 되자 동생 최윤복의 후손에서 송도삼절로 유면한 병조참판 최립이 그나마 현달하였으며, 김종서와 절친 관계였던 최윤옥은 해남으로 피신하였고, 후손 중 최성온(1813-1887)은 전라수군병마절도사가 되어 희미하나마 무인 집안의 체면을 세웠다.

태종 이방원의 왕자의 난과 수양대군의 계유정난과 단종애사, 연산군조의 갑자사화와 인종반정으로 인한 왕권 쟁탈전으로 조선의 일류무인혈통은 걸레가 되고 눈치만 보고 줄서기에 여념 없는 3류 무인만 남게 되어 인진왜란과 정유재란 그리고 병자호란을 당하여 무기력한 국방력을 만천하에 드러나게 하였던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나라의 가장 큰 재산을 없애는 것이다.




주남저수지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 있다. 낙동강 범람에 의해 자연형성된 저수지이다. 건너편은 평야로 곡창지대이다. 먹을거리가 모자랐을 조선시대에는 부의 상징이었다. 주남저수지 서쪽은 구릉지로 마을이 있엇었고 동쪽은 대산평야로 식량생산기지였다. 이곳을 터전으로 가야의 김해김씨들이 등따숩고 배부른 시기를 보냈다.